'소방관 구하는 소방관' 필요한가…"꼭 있어야" vs "무의미"

입력 2024-02-09 19:35   수정 2024-02-09 19:37

최근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두 명이 순직하면서 동료 소방관을 구하는 신속동료구출팀(RIT)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력, 예산을 확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RIT가 현장에선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소방청은 신속동료구조팀'(Rapid Intervention Team·RIT) 중앙 표준안을 수립해 시·도별로 적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 평택 신축공사장 사고(2022년), 경기도 물류센터 사고(2021년)에 이어 올해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현장 활동 중 대원 고립으로 인한 순직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사고 예방 정책 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다.

신속동료구조팀은 소방관들이 현장 활동 중 매몰·고립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투입되는 팀이다. 한국에선 경기소방재난본부가 2008년 처음 도입해 시범 운영했고, 이후 각 소방청마다 재량껏 운영 중이다. 소방청은 지난해 중앙 차원의 표준화된 RIT 정규 운영을 위해 연구 용역과 해외훈련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선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다보니 지역별 편차가 너무 컸다는 게 소방청 측 설명이다.

지난해 도입된 RIT제도는 아직 안착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동료 구출만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뽑지 않고 기존 구조대원이나 특수구조단, 중앙구조119 인력이 업무를 추가로 부담하는 상황이다. RIT 대원 2명이 현장에서 대기하면서 동료들의 구조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미국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공하석 우석대 소방학과 교수는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RIT를 지정하면 20~30분 정도 소요돼서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기존 구조대원 중에서 필요 인력을 차출하거나 특수 인력을 새로 뽑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RIT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대부분의 소방 순직은 예측불허한 상황에서 발생되기 때문이다. 박청웅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메뉴얼과 훈련 계획이 잘 수립되지 않는다면 전담팀이 현장에서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전문가는 “동료와 시민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특수 화재, 진압 전술을 더 강화시키는 게 효용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도 별로 화재 유형이 다르고 예산, 조직 규모의 편차가 있어 공통 표준안이 현장에 반영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전문가는 "주거 중심의 서울에서는 창고, 공장 화재가 드물다"며 "소방 조직 전체에 이런 동료구출 전담팀 제도를 반영시키는 게 합리적이지 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중앙 차원에서 제도를 추진하려고 해도 예산권과 조직권이 시도지사에게 있어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탰다.

이에 소방청은 광역시 단위, 도 단위 등 다양한 시·도별 상황을 고려한 공통 표준안을 올해 안에 만들어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RIT 대원들의 교육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중앙소방학교와 지방소방학교에 RIT교육과정을 신설하는 단계"라며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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